KOREAN/상도리 라이프

16년 7월 10~12일 고비를 넘기고

상도리TV 2016. 8. 16.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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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7월 9일 토요일

아침에 일어나 아침을 다 같이 먹고 9시쯤 재빈이를 처제에게 데려다주러 출발했다.

재빈이를 데리고 올라갔더니 처제가 팔팔 드링크를 하나 주었다.

난 목동 집으로 가서 선빈이 가져다 줄 아이스박스와 아이스팩을 챙겨서 돌아왔다.
혼자서 운전할때는 고속 주행으로 엄청 으르렁 거리며 탄다.
에코점수는 40점

점심에 선빈이를 보러 왔다.

주치의 선생님은 안 계셨다.
간호사분이 굉장히 친절했다. 밤새 혈압이 크게 문제없었고 안정적인 편이었다고 한다. 자세한 건 주치의께서 설명해 주신다고 했다.
선빈이와 인사를 마치고 면회시간이 끝났다.
주치의가 보이지 않아 못 볼 거라 생각은 했지만, 그것을 핑계로 우리는 나가지 않고 좀 더 선빈이를 보고 있었다.

면회가 끝났다는 말에 주치의 선생님께서 말씀해주시기로 했다고 하니, 간호사분이 당황해하며, 주치의는 오프 중이고 내일까지 안 온다고 한다. 대신 저녁에 당직 의사 선생님께 말씀드려 설명 들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어제는 큰 고비가 없었다는 말에 너무 기뻤다.

엄마는 어제 페북에 답답해서 아라뱃길을 다녀왔다고 써놓고 내가 전화하면 아무렇지 않은 척하신다.
오늘 형네 가족 오지 말라고 했단다. 내일 일요일에 오라고 했단다.

그리고 다시 저녁이 되어 또다시 선빈이를 보러 왔다.

이쁘게 생긴 간호사가 설명을 해주었다. 와이프는 그 이쁜 간호사 안착할 줄 알았는데 착하다면서 좋아한다.
아기가 안정적으로 잘 있는 편이라고 이야기해서 또 기분이 좋아졌다.

당직 선생님이 우리에게 설명해 주기 위해 선빈이 관련 차트를 열심히 보더니 우리에게 오셨다.
담당 주치의에게 어디까지 들었냐고 물어 깜짝 놀랐다. 뭔가 잘못된 것이라도 있는지 해서..
그런데 그런 뜻이 아니고 본인이 담당이 아니다 보니 말을 조심하는 거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다.

혈압이 조금 안정되어 질소 수치를 조금 낮췄다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숨을 끊어 놓은 게 아니라 수면제를 통해 잠을 재운 거라고 해주었다. 잠들어 있느라 숨이 기계에 80 정도 유지하고 쉬고 있는 거라고,,, 숨을 끊었다는 표현보다는 훨씬 위로가 되었다.
오늘은 선빈이를 쬐어주고 있던 밝은 불빛이 꺼져있었다.
당직 선생님 말씀으로는 그게 황달 수치를 낮춰주는 치료였단다. 그 당직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우리 부부는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희망이 보인다. 좀 더 밝은 희망이.


2016년 7월 10일 일요일

아침에 와이프랑 이야기를 하고 있는 중에 낯선 전화번호로 부터 전화가 왔다.

"엇 전화다!"

와이프와 나는 둘 다 전화벨 소리에 긴장을 했다.

내가 재빨리 전화를 받았다. 주치의 선생님이시다.
옆에서는 와이프가 걱정되어 울음을 터뜨렸다.

주치의 선생님이 오전에 출근했으나 오후 면회 전에 오프 예정이기 때문에 선빈이 상태를 설명해 주시려 전화를 주신 거였다. 난 바로 와이프에게 오케이 싸인을 보내며 안심시키려 했다.

선생님은 선빈이가 한고비를 넘긴 것 같다고 말씀해 주셨다.
약물상태에도 반응이 있어 앞으로 점차적으로 기계 의존도를 줄여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다만 빠르게 서두르지 않고 2주 동안 서서히 해보겠다고 했다.

전화를 받고 나서 우리는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와이프 말에 따르면 내가 너무 긴장을 해서 그런지 전화를 받자마자 눈가가 빨간색으로 순식간에 물들더란다.

우리는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선빈이를 보러 갈 수 있었다.

2016년 7월 11일 월요일

오후에 선빈이를 보러 왔을 때 지난번에 커피를 마시면서 먼저 오면 장땡이라 했던 그 산모들이 손을 씻는데 이런 말을 했다.

"우리 빨리 나가야겠어. 여기 위중한 애기들도 많은데 우리 애들은 그냥 먹고만 있는 거잖아. 인큐베이터도 자리가 나야 들어오는 건데"

선빈이 오른쪽 자리에 새로운 아기가 들어왔다.
삼성의료원에서 넘어온 아기 같은데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한다. 아저씨 혼자 와서 한참 쳐다보고 눈물 흘리다 갔다.
내가 처음 이 병원에 왔을 때의 모습 같아서 마음이 아팠다.

선빈이 오른쪽 끝에는 미숙아가 있는데 아저씨가 굉장히 성격이 좋다. 말도 잘 걸어주고 부부가 함께 와서 놀아주듯 이야기해 주고 간다. 긍정 에너지가 많이 느껴지는 부부.

그리고 가장 끝 밀실로 되어 있는 유리방안은 진공문으로 되어 있다. 많이 아픈 아기 인가보다. 탈장이 너무 심하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좌측으로는 미숙아로 보이는 아이인데 패혈증이 있는가 보다. 부부가 열심히 아기를 보러 온다.

그리고 처음에는 잘 보이던 씩씩한 아주머니는 이미 아기가 퇴원을 했나 보다. 항상 모유 두병씩 들고 와서 먼저 맡기고 자리에 앉아서 아기 동영상 보며 좋아하던 씩씩한 아줌마였다.

오늘은 우리 담당 과장님은 아니지만 다른 과장님이 돌면서 회진해주셨다. 선빈이에 대해 약물 반응도 보이고 있고 긍정적이라는 말씀을 해주셔서 우리 부부는 힘이 많이 났다.

그리고 주치의께도 이야기를 듣고 싶었는데, 우리 왼편에 있는 아이 엄마에게 한참을 이야기하느라 우리 쪽으로 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야기가 다 끝난 것 같은데 그 산모의 넋두리가 계속 이어지는 바람에 그 자리에 머문 채 면회 시간이 다 지나가 버렸다.

이쪽 편으로는 3 아이의 부모들이 주치의 선생님 말씀만 듣기를 간절히 바라며 기다리고 있는데, 그 산모는 우리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

오른편에 수술을 앞둔 아기 엑스레이를 찍기 위해 외부에서 여자 한 명이 바쁜 듯이 기계를 밀고 들어왔다.
그리고 그 아이 옆으로 기계를 옮길 때 응급실 간호사가 천천히 천천히! 를 외침에도 불구하고 그 여자는 급하게 끌고 오던 속도를 줄이지도 않은 채 기계를 옮기다가 그 속도로 아기 침대를 부딪쳐 버렸다. 엄청난 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뒤에 연결되어 있던 기계들이 모두 움직였다.
와이프는 그것을 보고 매우 화를 냈다.
우리 아이가 아니었지만 너무 화가 나서 나가는 내내 분을 삭이지 못했다.

사실 난 그 장면을 보지 못하고 소리만 들었기 때문에 우리 응급실 착한 간호사가 실수한 건 줄 알고 화를 내는 와이프를 진정시키고 빨리 데리고 나가려 했다. 와이프는 그 여자 나가는 것 보겠다고 우리 애도 건드릴지 모른다고 하는데, 상황을 몰랐던 나는 와이프를 재촉해서 밖으로 나가려 했다. 착한 간호사 언니에게 화내는 게 싫어서 그랬던 것인데..
알고 보니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저녁 면회에 왔을 때

우리 선빈이 오른편에 있던 아이는 수술을 마치고 배에 피가 가득 고인 팩을 안고 누워있었다.
아빠가 이거 수혈하는 거냐고 물었는데, 간호사가 수혈이 아니라 수술부위에서 나오는 피를 받고 있는 거라고 설명해 줬다.
오늘 밤이 고비라고 했다. 고비를 잘 버텨내면 그때 다시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아빠가 울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지만 우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빈이 귀에 대고 웃어주면서 희망의 우쭈쭈를 하고 있었다.
그 아버지에게는 우리의 웃는 모습이 보이지 않길 바랐다.


2016년 7월 12일 화요일

회사에 출근했다.

부장님께서 아이 상태를 물어보셨고, 침착하게 설명하려 했지만 처음이라 그런지 쉽지 않았다.

김종훈 대리가 또 물어본다. 아이 괜찮냐고.

괜찮다고 해야 할지 뭐라 대답할지 잘 모르겠다.

일단은 별로 안 좋아라고 대답했다.

김종훈 대리가 커피 한잔 하자고 해서 커피 마시면서 그동안 있었던 일 이야기 하는데, 그 자리엔 김지형 과장님이 계셨고, 용남이도 와서 이야기를 들었다.

덤덤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다.

자리에 오니 홍성표 차장님께서 쪽지로 안부를 물어주셨다.

잠시 후 지인성 과장님이 음료수 한잔 마시자고 하셔서
함께 나가 또 있었던 일들을 설명해 드렸다.
과장님이 야근하지 말고 아기 보러 가라고 하셨다.

점심시간이 되어 밥을 먹는데, 옆에 딱 두 자리 남았을 땐 보통 아무도 잘 앉지 않는데 이창근 대리와 이원태 대리가 옆에 와서 앉았다.

이원태 대리가 아기는 건강하냐고 물었다.
아기가 많이 아프다고 알려주었다. 좀 괜찮아지면 설명해 주겠다고만 이야기했다.
손이 너무 떨려서 더 이상 국을 먹을 수가 없었다.

이원태 대리에게는 퇴근하기 전에 쪽지로 간단히 설명해 주었다.

국민은행에 가서 선빈이 통장을 만들었다. 도장이 있어야 한단다. 부모 도장도 상관없다고 했다.



와이프와 통화했는데 선빈이 도장 만들어 주었으면 한다고 해서 회사 근처 문구점을 찾아 4만 5천 원짜리 제일 비싼 거로 도장하나 파주었다. 이선빈.



5시 40분즘 와이프가 재빈이를 데리고 회사 앞으로 왔다.
아까 팠던 도장 찾아서 병원으로 출발.
좌회전 줄이 엄청 길었는데 얌생이짓 해서 4거리에서 끼어들어 좌회전 성공.

낮에는 와이프 혼자 병원에 갔다. 어머니에게 안부 인사 드린다고 했던 것이, 어머니가 걱정된다며 와이프 병원 못 가게 말리셨고, 와이프 의지를 꺾지 못하자 집까지 태우고 오겠다고 병원으로 오셨다.
나도 잘 설득해서 우리가 하고자 하는 데로 하게 해 달라 부탁했고 지은이 누나도 울고 어머니도 울고...
며느리 몸상태가 많이 걱정된다며, 아기 병원비 걱정 말고 몸관리 잘하라 하셨단다.

낮에 오른편에 있던 아기 엄마 와서 펑펑 울다 갔단다.

저녁에는 내일 재수술 들어간다고 이야기 들었다. 재빈이와 함께 병원에 갔기 때문에 15분씩 나눠서 면회를 했는데,
내가 나와 와이프가 들어갔을 때 그 아빠가 많이 울고 있더란다.

재빈이는 어제 이모집에서 놀다가 오줌을 쌌단다.
와이프가 엄마랑 같이 있을래 아니면 이모랑 놀래. 어떤 게 좋냐고 물었더니 많이 망설이더라는데, 엄마는 1번이 좋다고 했더니 활짝 웃더란다.

면회실에서 먼저 나온 내가 재빈이에게 물었다.
뭐가 그리 불안해?

6살 재빈이가 대답했다.
엄마가 다칠까 봐...

낮에 주치의가 선빈이 합병증에 대해 이야기했단다.
질소가 너무 많이 들어가면 눈에 이상이 올 수 있다고.
시력을 잃을 수도 있다는 말에 와이프가 놀라니
주치의는 이렇게 합병증을 이야기하는 것만 해도 그만큼 많이 호전되었다는 이야기니 긍정적으로 생각하잔다.



질소를 심한 경우에 기계 수치상 30을 투여한단다.
근데.. 선빈이의 경우 100을 투여했었단다.
지금은 19...

(나중에 알게 된 것인데, BNP란 심장이 일을 할 때 심실이 Stretching 될 때 나오는 물질이다.

호흡 곤란 환자에서 호흡 곤란의 원인이 심장 때문인지 아니면 폐 등의 심장 외 원인인지 알아내는데 쓰이며, 여성 기준으로 45세 미만의 경우 180 [7] 미만이 정상 수치이며, 65세~74세는 350 [7] 미만이 정상 수치이다.

선빈이는 가장 위중했을 때 이 수치가 4300 정도까지 올라갔었고, 7월 28일 퇴원할 당시의 수치가 350이었다고 한다)

내일은 초음파 검사를 할 거다.
지금까지는 주치의가 초음파를 본 것이고
내일은 전문의가 와서 정식으로 검사를 한다.

아기가 태어나면 좌심실보다 우심실이 더 커야 한다.
하지만 선빈이 좌심실이 너무 컸었단다. 그래서 정말 처음에는 못 살리겠구나 싶었단다. 그 이야기할 때 주치의가 글썽거렸다.
근데.. 지금은 좌심실이 많이 작아졌단다.
다른 아이가 폐동멱고혈압으로 입원하는 그 정도까지..

선빈이는 이제 모유도 1밀리그램, 2밀리그램 이렇게 소량씩 먹고 있다. (먹는다기 보다는 기도삽관된 관을 통해 투입하고 있는 중이다)

처음 봤을 때보다 많이 마르고, 얼굴도 빨개지고..
빨리 다시 통통해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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