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상도리 라이프

7월 7일 선빈이 폐동맥고혈압 진단

상도리TV 2016. 8. 9.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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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7월 7일 목요일

아침 식사를 재빈이와 함께 하기 위해 김밥 천국으로 나섰다. 병원 앞을 나서는데 어디서 많이 본 사람이 이쪽으로 걸어온다. 동네에서 출근길에 자주 만나던 김경태다.

어제 아기를 출산해서 여기 있다고 말하고 지나치는데, 병원에 아기가 없는 것을 생각하니 왠지 좀 슬프다.

김밥천국에 가서 스팸김밥과 왕소시지 김밥을 시켰다.
현금영수증 해달라 했더니달라했더니 찍는 시늉만 하길래 영수증 달라 했더니 미안하다며 다시 끊어줬다.

재빈이에게 스팸김밥을 주는데 마요네즈가 많아서 그런지 잘 먹지 않는다. 스팸만 빼고 나머지만 먹으랬더니 그래도 놀면서 하나씩 먹기는 했고, 밥을 다 먹었을 때 한양대 병원응급실에서 주치의에게 전화가 왔다.

어제 새벽에 선빈이에게 고비가 있었단다. 검사를 해보니 가장 걱정했던 4번 심장에 문제가 있는게 발견이 되었단다.
우선 가장 최악의 상황인것은 맞지만 빠르게 발견한 것도 다행이라면서, 이 경우 일산화질소 치료를 해야 하는데 이 기계를 한번 사용하면 350만 원이 든다고 하여 나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돈이 얼마가 들어도 좋으니 모든 조치를 다 해달라고 말했더니 그렇지 않아도 사실 일산화 질소 치료를 위해 모든 세팅을 다 해놓고 전화를 했단다. 전화를 받는 중에 기계 치료를 시작하라는 싸인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게 들렸다.

전화를 끊고 울음이 터져 버렸다.
울고 있는 내 모습을 보고 와이프가 안절부절 못하며 왜 그러냐고 오열했으나, 와이프를 진정시킬 정도로 내 마음에도 여유가 있지는 않았다.

우리는 한참을 울었다.

조금 진정이 되자
와이프가 재빈이를 어머니에게 맡겼으면 좋겠다고 했다. 우리 자꾸 우는 모습 보여주기도 싫고, 재빈이가 함께 있으면 더 힘들 것 같다고 어머니께 잠시만 부탁 좀 하잔다.

어머니에게 전화했다.
어머니 목소리를 듣자 내 마음이 또 다시 흔들렸다.
목이 메인 상태에서 어머니께 말을 하려 하자 다시 눈물이 쏟아졌다. 어머니께 도와 달라며 울었다.
어머니는 놀라면서 선빈이가 잘못되었냐 묻는다.
횡설수설 4번이라면서 심장에 문제가 있다면서,,
재빈이를 잠시만 맡아달라고 부탁했다.
어머니는 애써 냉정하려 하는 목소리로 알겠다고 하시며 울지 말라하셨다. 부모가 울면 아이에게 전해지니 울면 안 된다 하셨다. 그리고 아버지와 함께 병원으로 재빈이 데리러 오겠다고 하셨다.

11시가 되어도 어머니는 오시지 않았다.
11시 30분에 면회를 출발하려 했다.
와이프는 생각을 바꾸어 어머니보다 처제에게 재빈이를 맡겼으면 좋겠단다.
어머니께 전화했더니 아버지가 아직 식사를 하지 않으셔서 출발하지 않았다고 하셨다.
재빈이는 처제에게 맡기기로 했다고 말씀 드렸다.
어머니는 여전히 덤덤한 목소리로 울지 말라고 하셨다.
하지만 내 앞이라 일부러 아무렇지 않은 척하시는 게 느껴졌다.

병원을 가기 위해 택시를 탔다.
반대 방향인 것 같았지만 그냥 탔다. 택시는 유턴을 해서 한양대 병원으로 향했다.

11시 45분즘 신생아 중환자실에 도착했다. 시간이 많이 남았다.
기다리면서 왠지 슬픈 노래가 듣고 싶었다.
고해는 황치열의 고해가 가장 좋았다.
넬라판타지아를 찾아서 들었다. 박기영의 목소리가 의외로 깨끗하고 아름다웠다.
슬픈 노래를 들으면서 혼자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들어가기 전 와이프와 통화를 하면서 선빈이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몰라 두렵다고 말했다.
인터넷에서 빈호흡을 검색해 보니 온몸에 뭔가 칭칭 감은 아기들 사진이 보였기 때문에 덜컥 겁이 났었다.

아무도 없는 중환자실 앞을 나 혼자 앉아 있었는데, 면회시간인 1시가 다가오자 하나둘씩 면회하러 온 부모들이 모였다.

씩씩하게 생긴 아줌마는 미리 벨을 눌러 모유를 전달했고, 옆에 앉은 산모 둘은 "우리 남편만 태평이야" 라면서 수다를 떨고 있었고,,,,
면회시간이 다가오자 문 앞에 다들 줄을 섰다.
내가 먼저 왔는데 그런 건 상관없이 그냥 줄을 서고 있기에 나도 뒤로 가서 줄을 섰다.
주위를 보니 모두들 마스크를 하고 있었다.
난 마스크를 준비해야 하는 줄 몰랐었다.
내가 잘 못 들은 건가 설명을 안 해준 건가...

문이 열리고 방명록을 적고 손을 씻을 때 간호사에게 마스크가 없다고 이야기했다.
귀에 끈을 묶어서 멜 수 있는 마스크를 하나 받았다.
끈이 잘 메어지지 않았지만 서둘러서 착용했다.

안으로 들어가서 가까이 있는 간호사에게 선빈이 위치를 물었다.

안내받은 곳에 선빈이가 누워있었다. 여러 가지 장치에 연결된 선빈이는 힘겨운 숨을 내쉬며 그곳에 누워있었다.


기저귀를 찬 아랫배에는 어물질이 살짝 올라오는 듯 보였다.
그 모습을 보니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선빈이를 보고 있으니 저쪽에서 담당과장님과 다른 의사 선생님 그리고 인턴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회진을 하면서 이쪽으로 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내 차례가 되었다.

담당과장님은 나를 보더니 밖에서 한참 동안 기다리던 분이 아버지셨군요 한다.
손을 부들부들 떨면서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는 내 눈을 보고 과장님도 말씀을 잘 못하셨다.
원래는 일주일에 한 번 회진을 하는데 내가 원하면 또 설명을 해주시겠다가고 했고, 주치의보고는 언제든지 설명드리라고 말씀해 주셨다. 필요한 게 있냐고 하고 싶은 말이 있냐는 말에도 나는 눈물만 하염없이 흘렸다.
호산산부인과 김미하 원장님께도 연락받았고 특별히 신경 써서 잘 치료해주겠다 하셨다.

잠시 후 주치의 선생님의 설명이 있었다.

선빈이의 심장에 피가 좌심방 좌심실을 통해 들어와 우심방 우심실을 통해 빠져나가 폐로 순환이 되어야 하는데, 우심실에서 폐로 나가는 동맥에서 제대로 기능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단다. 병명은 폐동맥 고혈압.
상태가 너무 심해 오늘 밤이 고비라고 한다.
오늘 밤을 잘 버티면 3일 정도 또 고비가 올꺼란다.
이 고비를 잘 견뎌 내면 차츰 좋아질 거라 했다.

나중에 MRI를 찍어봐야 한단다. 뇌에 산소가 공급되지 못해 출혈이 있거나 손상이 있을 수도 있다고 한다.
뇌에 손상이 있을 경우 팔을 못쓰거나 하는 장애가 생길 수도 있고, 지능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한다.

설명을 듣고 있는데 키 작은 간호사가 기저귀를 풀고 똥을 닦아주고 있었다. 그 모습을 계속 쳐다보고 있었다.
조금 거친 손길로 대충 똥을 닦고 다시 기저귀를 채우는데 기계에서 빨간 불이 들어오며 삐 소리가 나자 주치의가 걸어가 기계 뭔가를 조작해서 꺼버렸다.

그리고 면회가 끝나 다시 산부인과로 돌아왔다.

머리가 너무 아파서 약국에 가서 타이레놀 사가지고 계단을 올라오는데 김미하 원장님이 뒤에서 부른다.
"아기 괜찮나요?"
원장님께 상황을 말씀드렸다. 괜찮을 거라 위로해 주셨다.
난 비틀거리면서 올라왔다.

잠시 후 김미하 원장님이 방으로 찾아오셔서 와이프를 달래주셨다. 울고 있을 줄 알았다면서. 그리고 나를 보면서 남편분도 어디 가서 울고 오셨구나 한다. 원장님은 우리 부부에게 많은 위로와 격려를 해주고 가셨다.
선생님이 가고 나서 한참 시간이 지난 후에,
전화가 한통 왔다. 김미하 원장님께서 식단을 고급식으로 바꿔 주시라고 했단다. 남편 밥까지 나오니 식사는 걱정하지 말란다.
이어서 김미하 원장님께 전화가 왔다. 그 와중에도 나는 원장님께 밥은 괜찮은데 뭘 그러셨냐고 인사치레를 하자 원장님은 그저 아기 엄마 잘 먹고 빨리 회복하라고 짧게 말씀하시고 아기 상황에 대해 설명해 주셨다.

저녁이 되어 다시 면회를 하러 갔다.


선빈이를 보면서 또 울고 있었다.
와이프가 말 많이 시켜주라 해서 힘들지만 이런저런 말을 많이 해줬다. 조용하게 속삭이며..

주치의 선생님이
이 병은 신생아 중에서 가장 걸리지 말았으면 하는 최악의 질병이란다. 그중에서도 선빈이는 상태가 너무 안 좋다고 했다. 지금 의학상 할 수 있는 가장 최대치의 약물을 사용하고 있고 선빈이는 아주 미약한 생명의 끊을 놓지 않고 견디고 있다고 했다. 간당간당하게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며. 눈으로만 봐도 힘들어 보이지 않냐고 했다.

선빈이의 침대엔 낮에 보지 못한 밝은 불빛을 쬐고 있었고, 침대가 심하게 진동하고 있었다. 무슨 치료인지는 물어보지 않았다. 그저 아주 많이 힘들어 보였다. 숨을 쉴 때마다 배가 심하게 들어가 헐떡이는 느낌이었고 일정한 규칙에 맞춰 큰 숨을 한 번씩 쉬는 것을 반복하고 있었다.

숨을 쉬는 것에 맞춰 발바닥을 살살 만져 주었다. 발가락도 계속해서 만져 주었다. 그 모습을 간호사도 주치의도 그저 지켜만 보고 있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절대 안정을 취해야 하기 때문에 건드리면 안 되는 것이었다.
아마도 선빈이가 고비를 넘기기 힘들 거라 생각했는지 내가 만지는 것을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던 것 같다.

주치의가 다시 한번 설명해 주었다.

이 병으로 오는 아이들은 무조건 고비가 한 번은 온단다.
자기 소견으로는 3일 정도를 고비로 본다고 했다.
오늘 밤을 견딜 수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기도 많이 해주라고 했다.

중환자실을 나와 와이프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늘 밤이 고비고, 3일 정도가 고비라고 이야기하면서 엉엉 울면서 주차장으로 갔다. 내일은 면회를 오겠다고 와이프가 무리를 해서 움직이고 있었으므로 미리 차를 가지고 와봤다.
와이프는 내가 우는 게 걱정이 되었나 보다. 울면서 운전하지 말라고 자기가 울음을 그치면서 나를 진정시켜주고 있다.

차를 타고 출발하려는데 형에게 전화가 왔다.
진정을 하고 울지 않으리라 마음먹고 전화를 받았다.
하지만 아기는 좀 어때 물어보는 말에 별로 안 좋아라고 대답하고는 눈물이 터져버렸다.
눈물을 흘리며 운전해서 병원에 도착하고 차에서 내리는데 장모님과 동서가 있었다.

처제가 재빈이를 데리고 온 것이다.
장모님께 설명드리는데, 아침에 전화받으실 때 어떡하냐며 울던 장모님도 애써 눈물을 참고 계셨다.

삼성병원에 아는 사람 있다고 이야기해 줬던 동서에게도 고맙다고 이야기하고, 지금은 옮기고 싶어도 옮길 수도 없다.
지금 기계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장치를 떼면 죽을 거라 했다. 몸무게 조자 젤 수 없단다.

동서가 처제보고 왜 안 내려오냐고 전화했고 잠시 후
처제가 내려와서 인사하고, 장모님과 처제 부부를 배웅해 드렸다.

방으로 올라가 와이프를 보고 또 한바탕 울고,

재빈이 씻기고..

내일은 재빈이 처제와 함께 아쿠아리움 가기로 했단다.

재빈이는 혼자 누워 있다 잠들었다.

와이프 곁에 앉아 있는 나는 계속해서 눈물을 흘렸다. 가슴이 답답하고 미칠 것 같았다.

와이프는 자꾸 자기가 잘못해서 선빈이가 아픈 것 같다고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선빈이가 엄마 배속에 있던 것이 너무 좋아서 그런 것 같다고 말해줬다.

와이프는 오후에 오줌줄을 떼고 바로 화장실을 다녀왔다.
침대에서 옆으로 돌아 눕는 거 조차 힘들고, 혼자 일어나 앉지도 못하는 사람이 선빈이 보겠다고 걷는다.

내일은 반드시 병원을 가보겠다고 마음먹었다.

난 선빈이를 한 번도 안아보지 못한 와이프가 선빈이를 다시 보지 못할까 봐 너무 두려웠다. 그랬기 때문에 와이프가 무리하는 것을 알면서도 말릴 수가 없었다.

선빈이가 잘못되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 너무 괴로웠다.

병원에서 전화가 올까 너무 두려웠다.

우리는 아침까지 병원에서 전화가 오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퇴원하면 성당 열심히 다니겠다고 와이프는 다짐했다.
아직 하느님인지 하나님인지도 헷갈려하는 사람인데 뭐라 불러야 하는지 몰라 혼자 화장실에서 부처님까지 다 부르면서 기도 했었단다.

와이프와 함께 두 손을 꼭 잡고 선빈이를 위해 기도했다.
두려움에 눈물로 지새우는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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