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상도리 라이프

지하철 문이 닫히실 때에는 무리하게 타거나 내리시면 안됩니다.

상도리TV 2015. 12. 14.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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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에서 지하철로 갈아타려고 내리는데 옆에 함께 내리던 아저씨가 지하철을 놓치지 않으려고 폭주 기관차처럼 달리는 거다.

난 뒤에서 그 뛰는 모습을 보며 "이미 늦었어~" 왜냐하면 난 지하철 도착 하는 시간을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

마음 편하게 싸이와 자이언티가 함께 부르는 노래를 들으며 천천히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 가고 있었다. 아주 천천히 느긋하게..
지하철 승강장에 내려가는 길에 뭔가 공사를 하고 있는 모습도 들어와 무슨 인테리어 작업을 하나~ 하는 것도 생각했고, 싸이 노래에 맞춰 춤을 추면 재미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때까지 내 마음은 그 누구보다도 평온했다. 그저 평소보다 지하철 하나 더 늦게 타게 되는 것일 뿐, 게다가 이미 앞에 떠난 지하철을 타겠다는 마음은 버리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 평온은 모퉁이를 돌아 계단을 내려가는 순간 순식간에 깨져 버렸다.

눈앞에서 펼쳐진 광경은 지금 막 도착한 지하철에서 사람들이 내리고 있는 모습이었다.

사람이 큰일이 닥쳤을때 지난 일들이 한순간에 필름 넘어가듯이 스쳐 지나갔다고 했던가.
내 머리속에는 한 순간 수많은 장면들이 스쳐지나갔다. 왜 아까 그 아저씨를 따라 뛰지 않았을까에 대한 후회부터, 가장 강렬하게 나를 이끌었던 생각은 '아직 늦지 않았다' 라는 생각이었다.

계단을 원숭이 오랑우탄처럼 두계단씩 뛰어 내려갔다. 앞에 올라오는 사람들을 요리조리 피해 승강장에 도착했을땐 문이 닫힌다는 안내음성이 두번째를 반복하고 있었고, 문이 닫히려는 찰라에 나는 촛불 속으로 뛰어드는 불나방 마냥 그대로 날아올랐다.

그 짧은 순간에도 실수를 해서 문에 끼인채 바둥거리는 모습이 스쳐지나갔다. 하지만 문이 반쯤 닫혀가는 상황에 실패란 있을 수 없다. 무조건 성공을 하기 위해 돼지처럼 살찐 내 몸뚱아리를 최대한 모아서 쏘옥!!!

아싸 성공!!

닫히는 문에 스쳐 놓쳐버린 핸드폰을 빼곤 아슬아슬 했지만 모든것이 완벽했다.
몇몇의 놀란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고 핸드폰을 집어들자마자 지하철 가장 앞쪽에서부터 가장 뒤쪽까지 줄행랑을 쳐버렸다.


예상했던대로 기관사 아저씨가 침착한 목소리로 문이 닫힐때 무리해서 타면 위험하다는 안내방송을 해 주었고,, 자리에 앉자마자 오늘같은 무모한 행동을 다시는 하지 말자는 마음가짐으로 페북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런데 글이 생각보다 길어져,, 정신을 차리고 보니 도착역인 신논현.. 문이 또 닫히려고 하길래 또 미친놈처럼 닫히는 문 사이로 탈출!!!



기관사 아저씨가 내리는 모습도 보지 못하셨기를 바라면서 나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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