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상도리 라이프

임신 11주차 하혈로 인한 병원진료

상도리TV 2015. 12. 24.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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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가 임신된지 11주차.

아침에 와이프로부터 소변을 보는데 진한 갈색혈이 나왔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괜찮을꺼라고 안심을 시키고 안정을 취하도록 하였다.

올해 5월에도 그렇게 하혈을 하고 유산이 된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마음은 더더욱 무거웠지만, 별 일 없을꺼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오늘은 수요일이라 5시 30분에 퇴근하는 "가정의날"

퇴근하자 마마 지하철을 타고 곧장 집으로 돌아오는데, 와이프가 또 하혈을 했다고 전화가 왔다. 이번에는 붉은색 피가 보였다고 한다. 내일 병원을 가봐야겠다고 하며 울먹이면서 전화를 끊었는데,

집에 거의 도착했을때 즈음 다시 전화가 왔다.
이대목동병원 응급실과 호산산부인과 두곳 다 전화를 해보았는데, 둘 다 초음파 검사를 할 수 있다고 하니 지금 바로 병원에 가보자는 것이다.

이대목동병원 응급실은 읍급진료이기 때문에 돈이 더 많이 들꺼라고 했지만, 조금이라도 빨리 결과를 확인하고 안심하고 싶어서 우리는 재빈이를 데리고 이대목동병원으로 갔다.

응급실 접수를 하는데 접수받는 사람이 상태를 받아 적는데 임신 10주차라고 하니 "네? 10주요?" 라고 하며 10주가 맞느냐는 말을 2~3번 더 물었다.

접수를 마치고 응급실로 갔을때도 10주차라는 말에 다시한번 되묻는데.. 왠지 거슬렸던 그것이 불길한 예감의 시작이었던 것이다.

와이프는 병원 진료 침대로 갔고, 의사처럼 보이는 사람이 와서 피검사를 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는 단지 아기에게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만 빨리 확인하고 싶다고, 피검사 말고 초음파를 해달라고 요청 했으나, 절차가 있기 때문에 검사를 해야 한다고 했다.

나와 아이는 근처 의자에 앉아서 기다렸다.
"재빈아. 우리 행복이 아무일 없게 기도 해야해"
두손모아 기도를 하고, 재빈이는 심심하다면 계속 장난을 치고 싶어 했는데, 병원에서는 아픈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장난치면 안된다고 주의를 주고, 아빠 기다리느라 저녁 밥도 못먹고 배고프다고 하는 아이를 달래며 한참을 기다렸다.

와이프에게 카톡이 왔는데 산부인과로 갈것을 잘못한거 같다고 한다. 너무 유난스럽게 한다며 지금 혈압 재고 있는 중이란다. 나는 와이프에게 "어차피 응급실 와서 검사하는 것이니 제대로 검사 받고 가자" 라고 회신해주었다.

그런데 30분이 지나도 와이프가 있는 침대로 가는 사람도 없고, 와이프 혼자 답답해 할것 같아 아이를 데리고 와이프가 보이는 쪽으로 걸어갔을때,

울먹이는 표정으로 온몸에 뭔가 덕지덕지 붙여져 있는 와이프를 보고 깜짝 놀랐다.

무슨일이냐고 묻자
"나보고 수액을 맞고 있으래!" 라며 울먹인다.

아직 피는 뽑지도 않은 상태고 지금까지 뭘 했는지 모르겠지만 와이프 발 옆에는 수액 한덩어리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와이프가 계속해서 초음파만 받으면 된다고 요구했으나 수액을 꼭 맞고 검사결과가 나와야만 초음파를 진행 할 수 있다고. 그게 절차라는 말만 하더란다.

너무 화가 치밀어 올라서 옆에있는 간호사에게 이게 뭐하는 거냐고 따졌는데, 나에게 하는 설명도 똑같았다.
내가 큰소리로 짜증내면서 처음부터 말하지 않았느냐고, 초음파로 아기 이상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러 왔는데 뭐하는거냐고 따니지 갑자기 의사도 내곁으로 와서 절차가 어쩌구 이야기 하고, 옆에 간호사는 당황해서 검사 없이 초음파 검사 할수 있는지 물어보겠다고 우왕좌왕 하길래,

다 필요없으니까 나가겠다고 하고 와이프를 데리고 나가려 하자 의사가 "그럼 퇴원 수속 처리 해드릴테니 받아서 창구로 가란다"

아니 도대체 무슨 퇴원을 하냐고. 지금까지 혈압 잰거 말고 한게 뭐 있냐고 물으니 진료를 했으니 진료비를 받아야 한단다.

무슨 진료를 한거냐고 따져도 대꾸도 안한다. 와서 했던 말이라고는 무슨일로 왔느냐. 검사를 받아야 한다 하고 사라졌던게 다였다. 도대체 조금이라도 빨리 이상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고 싶어서 여기 왔더니 뭐하는 짓이냐고 괜히 시간만 잡아먹고,, 이게 뭐냐고 난리 난리를 치고 있는데, 와이프 옆에 침대 커튼이 살짝 열리더니 아저씨가 "난 오늘 아침에 왔는데 지금 피만 세번째 뽑고 있어.." 라며 투덜 거리신다.

더이상 말도 통하지 않을꺼 같고 하니 따로 컴플레인 하겠다고 하고, 뽑아준 종이쪼가리 들고 창구로 갔다.
이미 화가 날때로 나있던 나는 다짜고짜 우린 진료고 뭐고 받은적 없으니 진료비 낼 수 없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접수대 여자가 어딘가 전화를 하더니, 안에서는 진료를 했다고 하니 문제가 있으면 안에 들어가서 하라고 알려주었는데, 씨발 좆같은 새끼들 어쩌구 하면서 욕을 했더니 와이프는 이분이 잘못한거 아닌데 왜 이러냐면서 죄송하다고 대신 사과 하고, 빨리 계산하고 산부인과로 가자고한다. 도대체 얼마냐고 물었더니 5만 얼마란다.
열은 열대로 받아있는데
"일시불이세요?" 묻는다...

화를 참으며 밖으로 나가는데 와이프가 안에 누워 있을때 아무것도 한것도 없고, 의사가 와서 뭐라 이야기 한것도 없고, 그저 난 피 안뽑고 싶다. 수액 안맞고 싶다.
온몸에 뭐 붙이는데 "저 임신했어요. 이런거 붙여도 되요?" 이런게 다였다고 하는데...

정말 참을 수가 없어서 발로 유리문을 힘껏 걷어차고 의사에게 따지려 들어가는데, 와이프가 말려서 또 화를 억누르고 참으면서 병원을 빠져 나왔다.

나중에 와이프한테 들은 이야기로.. 내가 발로 문을 걷어 차고 난 다음 경비원이 와서 문에 이상 없는지 살펴 보더란다... 그리고 내 뒤를 따라오던 재빈이가 발로 문을 차는 흉내를 내면서 혼자 꿍시렁 꿍시렁 거리며 내 뒤를 따라 왔단다.. 나는 참 나쁜 아빠에.. 병원에서 개념없이 난리치는 무개념 남이다.. 잘못한 점은 반성하고 있다.

와이프는 집으로 걸어가며 산부인과에 전화 했다.
병원에서는 친절한 목소리로 차트 준비 해놓았으니 어서 오란다.

재빈이가 하도 배가 고프다고 하기에 가는길에 맥드라이브 들러서 햄버거랑 딸기쉐이크 사서 압구정으로 이동했다. 다행이 차는 막히지 않았고,
아무일 없을꺼라고 서로 위안은 했지만 불안함을 감출 수는 없었다.

산부인과에 도착해서부터는 모든게 순조로웠다. 급하게 오느라 발렛비를 챙기지 못해 주차요원 아저씨에게 근처 은행이 어디냐고 물었는데, 나중에 나갈때 아저씨께서 그냥 가라며 열쇠를 돌려 주기 까지 했다.

검사받으러 올라가서 모든 검사를 마치고 나오기까지 딱 30분정도 걸린거 같다.
의사 선생님은 와이프를 안심시키기 위해 잠들어 있는 행복이를 깨워 발버둥 치는 모습까지 보여줬다고 한다.

진료비 또한 5만 얼마가 나왔다.

재빈이는 이미 지쳐서 내품에 안긴채 잠이 들어버렸다.

어쨌든 결과가 좋으니 화가났던 모든것도 다 없어졌다.

그저.. 아무리 급해도 이대목동병원은 가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물론 어떻게 생각해보면 그 사람들이 잘못한건 하나도 없고 나혼자 억지를 부렸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절대 안갈꺼다. 정말 중국 병원에서 불같이 화를 낸 이후 병원에서 겪는 이런 더러운 기분은 처음이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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