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상도리 라이프

아버지의 십이지장암

상도리TV 2021. 9. 8.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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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인해 자주 찾아뵙지 못하다가 올해 초 아버지 생신을 일주일 앞둔 주말 우리는 부모님 집에 미리 생신 축하드리러 찾아갔다.

그 하루 전날에는 형과 조카 재성이가 다녀 갔었다.

속이 별로 안 좋다면 거실로 나온 아버지의 얼굴은 마치 카레처럼 노란색이었다. 얼굴뿐만 아니라 몸 전채가 노란색..

와이프는 아버지를 보자 마자 황달인 것 같다며 병원에 가야겠다고 이야기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황달?” 의아해하시면 매일 보는 얼굴이라 노란색으로 변했는지도 몰랐다고 말씀하셨고..
그날이 일요일이라 월요일인 내일은 꼭 병원 가 가보시라고 말씀드렸는데,

월요일에는 최낙순 선생님과 다른 분들과 선약이 있어서 병원을 갈 수 없으니 화요일에 가겠다고 하셨다.

화요일에 아버지께 병원 가봤냐고 전화했더니 병원이고 걱정하지 말라고 말씀하셨다. 그때까지만 해도 “황달 맞죠? ㅎㅎ 병원 가서 다행이네요”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그러나 다음날 어머니께서 아버지 입원을 해야 한다면서 짐 챙기는 것좀 도와 달라고 연락이 왔을 때, 뭔가 문제가 있다는 느낌을 받았고, 그날 저녁 아버지로부터 가족 단톡방에 올라온 글은 불길한 예감에 확신을 주었다.

위 채팅은 1월 28일 목요일에 올라온 채팅 내용인데,
아버지의 “모두에게 미안하다 엄마의 24시간 간호 속에 마지막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같네 그런데 왼 눈물이…”
에서 마지막 행복과 눈물에서 분명 무슨 문제가 있구나를 느꼈었다.

결국 당뇨병 환자가 급격하게 체중이 줄고 황달이 오는 증세는 췌장암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혹시나 하는 걱정에 어머니와 통화를 했지만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통화를 하는 엄마의 목소리…
하지만 몇 시간 뒤 엄마는 무너진 목소리로 울면서 말씀하셨다. 아버지는 아무래도 더 이상 안될 것 같다고, 예상을 전혀 안 했던 일은 아니지만 너무 힘들다고…

형에게 전화를 했는데 형도 울음이 터졌다. 형도 알고 있다고. 그래서 지금 아버지 만나러 병원에 가는 중이라고..
나중에 들은 이야기인데, 아버지가 형에게 전화를 해서 큰아들에게 여러 가지 말씀을 전하셨다고 한다.

의사는 췌장암일 것이라고 이야기했고, 아버지는 수술을 거부하실 거라고 해서 어머니가 무너지셨다고 한다.

우선 황달 치료를 해야 하기 때문에 아버지가 수술을 들어가려고 준비 중이셨는데, 왠지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자꾸 들어서 바로 아버지와 통화를 했고
회사 옥상에서 아버지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며 같이 울었다.

그 며칠 동안은 아버지 연명치료 거부에 사인하고 요양원 들어가야 한다고 하셔서 온 가족이 거의 초상집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러나 미리 이야기하자면,
이 이야기는 적어도 지금까지는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왜냐하면 황달 치료 이후 아버지는 검사를 통해 암이 전이된 것 같지는 않고, 췌장 쪽에 종양이 있는데 암인지 아닌지도 개복수술을 해봐야 알 것 같다는 긍정적인 의사 선생님의 말씀이 있었고, 아버지도 수술을 하겠다고 하셔서 수술을 진행했다.

수술도 잘 되었고 다행히 암이 아니라 일반 종양이었다고 하여 가족들의 걱정 근심은 한 번에 날아가 버렸고,

아버지는 수술 직후엔 많이 약해지셔서 어린아이처럼 울면서 신세한탄(?)을 가족들에게 늘어놓기도 하셨었는데 ㅎ
안색도 많이 좋아지시고 건강을 많이 되찾으셨다.

그리고 어제까지… 매달 무슨 주사를 맞으러 다닌다고 해서 와이프가 이상하고 수술 다 끝났는데 무슨 주사를 저렇게 맞는지 여쭤보라고 해서 수시로 물어봤지만 대충 흘려 넘기시던 부모님…
어제 예상했던 것처럼 아버지가 아무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고 십이지장 암 판정을 받았었다는 사실을 알려주셨고, 그에 따른 항암치료를 그동안 진행해오고 계셨던 것이었다.
어제로 치료는 마무리를 하고 앞으로는 추적관찰을 하기로 하였다.

앞으로 운동도 열심히 하시고 건강하시기를…
병실에서 췌장암인 줄 알았을 때 딱 3년만 더 살면 좋겠다던 그 말씀이 30년 이상 더 건강히 사시기를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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