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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도리 스케이트보드) 중년아저씨의 크루저보드 입문기

상도리TV 2014. 11. 3.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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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이트 보드를 처음 접한 것은 2001년 즈음 중국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을 때였다. 그때는 막연히 스케이트 보드가 사고 싶다는 생각뿐이었지 보드 종류가 어떤 것이 있는지, 어떻게 타야 하는지도 알지 못할 때였다.

당시 내가 머리속에 그리며 보드를 이렇게 잘 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모습은 영화 "백 투 더 퓨쳐"에서 마이클 제이 폭스가 자동차 뒤를 잡고 시원시원하게 타고 가던 그 모습이었다.

급기야 "백 투 더 퓨처 2"에서는 하늘을 나는 후버 보드가 등장했고,, (이게 현실로도 가능하다는 기사를 본 것 같다?)

어쨌든 나는 하늘을 날고는 싶었지만, 후버 보드를 원했던 것은 아니었고, 그저 바퀴가 달려 있는 스케이트보드가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처음으로 샀던 보드는 중국의 어느 마트에서 구입한 엑스맨이 그려져 있는 스케이트 보드였다.

기숙사에 함께 있던 다른 동생들이 그 보드를 보고 "육사 보드"라는 표현을 내게 가르쳐 주었다. 이런 이름 없는 보드는 휠이 잘 굴러가지도 않고, 기술을 하면 금방 박살이 난다는 것도 알려주었다.
물론 그 보드로 복도를 조금 타고 다니긴 했지만, 기술까지 연습해보진 않았기 때문에 끝까지 박살이 나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2004년 10월
생일선물로 누나로부터 스케이트보드를 선물 받았다.
"우후청산"이라는 당시 잘 나가는 보드 샵에서 구입을 했는데, 지금은 그 샵이 없어졌다고 한다.

보드 케리어도 함께 구입했다.

저 케리어는 간지 나고 좋긴 한데, 가로로 등에 매달려 있다 보니까 걸어 다닐 떼 다른 사람에게 부딪히거나 벽 같은데 자꾸 부딪히기도 했었다.

이 보드를 처음 탔을 때 그 느낌은 역시 육사 보드와는 다르게 상당히 잘 굴러가는구나!!
난 매일 안양천에 가지고 나가서 한강까지 타고 왔다 갔다 푸시오프 연습을 했었다. 틱택이랑 샤빗과 같은 기술들도 연습을 하다가...

다음 해 2005년 2월(발렌타인데이 날 ㅠㅠ), 27살이라는 늦은 나이에 군대에 입대를 하게 되었다.

군대를 제대하고, 회사에 입사를 하고, 결혼을 하고, 아기를 낳고 시간이 흘러 흘러,,,

내 생에 첫 보드(육사 보드는 카운팅 하지 않는다)는 지금 우리 집 창고 깊숙이 처박혀 있다.

와이프에게 꺼내 달라 여러 차례 부탁을 했지만, 창고 건드리기 쉽지 않은 현재 상황과, 오랜 시간 썩어가고 있을 더러운 보드를 꺼내 주기 싫은 마음이 합해져 나는 보드를 구경조차 할 수가 없었는데,,, 생각날 때마다 창고에서 꺼내 달라 요구하는 내 부탁에 와이프는 정신병에 걸릴 지경이었다.
내가 직접 꺼내면 안 되느냐고??
정리의 달인 와이프가 창고 앞쪽에 여러 물건들을 차곡차곡 정리 해 놓았는데, 그 방어벽이 너무 두터워 내가 헤집고 들어갔다간 난리가 날 거다. 그래서 아예 건드릴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그러던 중, 2014년 내 생일에 와이프가 차라리 창고에 있는 더러운 보드를 꺼낼 바에 새것을 사주겠다는 제안을 했고 난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첨에는 킥보드 사준다고 했는데, 킥보드엔 큰 관심도 없었고,, 마이크로 몬스터 킥보드 같은 경우 30만 원이 넘는다. 굳이 킥보드를 살 이유가 없었다.) 어쨌든 난 너무 기뻤다.

때마침 목동 현대백화점에 페니 보드를 파는 샵이 들어와 있었고, 백화점카드 할인에 상품권 행사를 끼고 구매하기로 하여,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드디어 2014년 11월 1일 페니보드를 입양하게 되었다.

[PENNY] Nikel 27in Graphic Series-Space

22인치 보드에서 인기가 있는 컬러라고 한다.

사실 이것을 사기까지 폭풍 검색을 통해 스케이트 보드에 대해 조금은 알게 되었지만, 그전까지는 보드의 종류라던지 인치 사이즈라던지 아무것도 몰랐었다.

우선 크루져 보드라는 것은 크루징을 위해 개발된 보드라고 한다. 바퀴가 크고 스탠더드 보드보다 말랑말랑하여 거친 노면에서도 잘 굴러가며 소음도 적은 편이다. 한때 나는 이 크루저 보드를 그저 육사 보드라고 착각했었다. 스케이트 보드는 스탠더드처럼 생겨야만 제대로 된 것이라고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이었다.

크루저보드에는 우드 보드와 플라스틱 보드가 있다.

플라스틱 보드는 재질의 특성상 보드의 덱에 올라섰을 때 낭창낭창 살짝씩 휘는감이 있어 우드 보드보다는 덜 안정적이고, 속도가 빨라 초보자들은 특히 내리막길에서 주의를 해야 한다.

플라스틱 크루저보드에는 22인치와 27인치가 있는데 (물론 다른 사이즈도 있지만 이 두 가지가 대표적이었던 거 같다)
22인치는 27인치보다 덱의 크기만 작을 뿐, 바퀴 사이즈가 같기 때문에 속도가 더 느리거나 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덱이 작은만큼 안전성면에서는 다소 떨어지는 편이며, 22인치보다는 27인치가 초보자들 타기에는 좀 더 수월하다고 한다. (물론 22인치는 작은만큼 들고 다니기가 편한 장점이 있다)
나는 180에 몸무게가 90이나 되기 때문에 22인치는 보기에도 안 좋고 타는 것도 무리라 생각하여 27인치로 구입했다.
재빈이도 함께 탈 것을 생각한다면 22인치를 살까 고민도 했지만, 아직은 재빈이가 어려서 위험하니 내가 타는 것을 위주로 선택했다.

27인치 크루저 보드로는 알리를 포함해 스텐다드보드에서 할 수 있는 상당 부분의 기술을 할 수 있다고 하지만, 22인치는 지면에서 덱까지의 높이가 높으며 덱의 길이가 짧기 때문에 바닥을 치고 점프를 해야 하는 알리는 상당히 위험한 편이라고 한다. 어차피 난 스케이트보드의 고난도 기술을 할 것 같지는 않고,, 자유롭게 크루징을 하기 위해선 알리는 할 수 있어야 할것 같다는 생각이다. 턱은 넘어 다녀야지.. 암.. 그렇고 말고..!!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크루저보드를 드디어 구입하였다.

이제 내 딸 재빈이가 킥보드를 탈 때 옆에서 함께 타며 즐겁게 놀아 줄 수 있다고 생각하니 너무 기뻤다.

처음 구매했을 때, 백화점 안에서부터 미글 미끌한 바닥에 타고 나가고 싶었지만 꾹꾹 참았다. 백화점 건너편에 공원에 가서 타고 놀 계획이었다. 공원 갈 때 까지는 들고 다니지만 공원만 가면 재빈이와 함께 훨훨 날아다니리라!!

사기 직전까지 이런 걸 꼭 사야 하나 걱정하고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던 와이프도 내가 물고기(?) 같이 슝슝 타며 재빈이와 신나게 놀아주는 모습을 보면 크루저보드 사길 잘했다고 생각할 꺼라 믿었다.

와이프가 장을 보는 동안 재빈이와 둘이 먼저 나가 보드를 타고 놀기로 했다. 그렇게 와이프와 헤어지고 백화점 문 앞을 나가 두근 거리는 마음으로 보드에 발을 올렸다.

재빈이가 자기도 타고 싶다고 소리를 지르고 난리법석을 떨어도 위험하니까 안된다며, 나중에 앉아서 타게 해 준다고 달래 놓고

"재빈아 공원으로 가자!"

를 외치며 보드의 푸시오프를 하는 순간..!!!


"아.. 놔!!! 이런...!!!!"


10년 넘게(?) 보드를 타 온 보드인(?) 으로써 단 한번 발을 굴렀을 뿐이지만 순작적으로 감이 왔다.

난 아직 보드를 탈 준비가 안되었다는 것을..... ㅠㅠ

중심을 잡을 수가 없다. 물고기처럼 요리조리는 개뿔! 그냥 앞으로도 못 나가겠다.. ㅠㅠ 바퀴도 너무 빨리 굴러가고, 휠이 왜 이리 많이 흔들리는 거지?? 예전에 스탠다드 탈 때도 그랬나??

분명 동영상에서는 이상이 프로님(나와 이름이 비슷한 스케이트 보드 프로. 프로엔 비기너를 보며 크루저 라인 구매를 준비해왔다. 마인드 컨트롤로 이미 머릿속에서는 알리고 뭐고 다 마스터했다. 상상 속에서만..) 이 앞에 올려놓는 발을 일자로 올리지 알고 45도 약간 틀어서 올리고 푸시오프를 하라고 했는데,, 발을 살짝 틀어서 올렸더니 앞으로 안 나가고 중심이 흐트러진다... 구르고 있는 발을 구르는 것도 꺼벙하게 느껴진다... 보드는 간지가 중요한데... ㅠㅠ 븅신 같다. 내 모습이...

앞바퀴 위에 발가락 끝을 포지셔닝하여 올렸음에도 앞으로 고꾸라질 것 같고,, 하는 수 없이 보드의 중앙 정도에 발을 올리고 겨우 몇 걸음 푸시오프를 하면서 재빈이 킥보드를 쫓아갔다.

평소에는 몰랐는데, 네 살짜리 재빈이가 킥보드를 엄청난 속도로 타고 다녔다는 것을 처음으로 느꼈다. 이 녀석 위험하니 천천히 타라고 단단히 주의를 줘야겠다 ㅋㅋ ㅠㅠ

아마,, 앞으로 가지도 못하고 뒤뚱거리는 내 모습을 와이프가 봤다면 스케이트 보드 사길 잘했다가 아니라, 한심하고 복장 터져 쓰러졌을 것이다.

어쨌든 횡단보도만 건너면 나오는 공원까지 엄두가 나지 않아 백화점 나가자마자 하이페리온 출입구 쪽 사람 거의 안 다니는 곳으로 왔다 갔다를 반복했다.

타면서 멈추는 것도 동영상에서 본 것처럼 한 발을 풋브레이크로 치~~~~~익 끌면서 멈춰야 하는데, 지금은 콩콩콩콩 발로 튀기면서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근데 재빈이는 킥보드 타면서 풋브레이크를 제법 멋지게 치~~~~ 익 잘 잡는다 )ㅋㅋㅋ

그나마 재빈이랑 그 짧은 거리를 수차례 왔다 갔다 하면서 놀아보니 어느 정도 중심 잡는 감이 잡히는 듯하다.

여하튼 다행이다.

언제나 무엇이나 그렇듯 반복된 연습이 필요하다.

지금은 처음이라 어색하고 힘들지만

금방 적응하고 재미있게 재빈이와 놀아줄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오늘도.. 한 것은 없는데 땀은 무질 라게 많이 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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