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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러운 중국 화장실의 추억

상도리TV 2010. 12. 12.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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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에 싸이월드의 페이퍼와 네이버 블로그에 올렸던 글을 다시 보니 너무 재미있어 이곳으로 옮겨 왔다. ㅎ

 

 

중국 여행을 다녀 오신 분들 중에는 화장실 때문에 난감하고 당황했던 경험이 있으신 분들이 꽤 많다. 가끔 문이 없는 화장실에 가야 할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물론 대부분의 도시의 화장실은 현대식으로 깨끗하게 되어있지만, 일부 경제사정이 좋지 않은 지역에서는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문짝이 떨어져 나가도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문제는 어떤 지역의 화장실은 관리 소홀로 인해 문짝이 없는 것이 아니라 아예 처음 만들때부터 문이나 벽 같은 경계선 따위는 생각하지 않고 만든 화장실이 있다는 거다. 어디 시골에서는 드럼통 두개를 가져다 놓고 남자고 여자고 거리낌없이 그 통에 앉아 볼일을 보는 원시적인 곳이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이런 화장실은 시대적으로 뒤쳐진 농촌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이고 어디까지나 들은 이야기일뿐

 

 

 

갑자기 화장실에 대한 안좋은 추억이 떠오른다…-_-;

 

 

깡촌 시골도 아닌 북경, 그것도 북경의 명동이라 불리우는 가장 큰 번화가 왕푸징에서 일어났던 일을 생각하면 난 지금도 치가 떨리는데

 

 

천주교 신자였던 나는 북경에도 한국 사람들이 다니는 성당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왕푸징에 있는 성당을 찾아갔다. 당시 북경 성당에는 청도에서 미사를 해주셨던 장신부님이 계셨다. 미사를 마치고 신부님과 오랜만에 만나 서로 인사하고 즐겁게 대화를 나눈 행복한 시간

 

 

 

  

하지만 그때!!!!!!!!

   

아침에 뭘 쳐먹고 나왔는지 배가 부글 부글 거리는 거다. 가뜩이나 장도 좋지 않아 맨날 설사만 찌리던 시기였는데, 요리조리 화장실을 찾아봐도 보이지 않고 환장하겠다. 사람들에게 물어 물어 찾은 화장실은 성당 귀퉁이 길가에 있는 허름한 화장실이었는데, 문을 열어 보니까 이런 젠장맞을.. 똥누는데가 벽도 없고 문도 없고 그냥 한줄로 되어 있다. 만약 내가 들어갔을 때 똥누고 있던 중국인이 없었다면 그곳이 똥누는 곳이라 생각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옆에 칸막이도 없고, 정면에 문도 없고도저히 여기선 못싸겠다 생각한 나는 화장실 밖으로 뛰쳐 나왔다.

 

 

내 배에는 첫번째 위기가 찾아들고 있었다. 참아본 사람은 알겠지만, 뱃속이 뒤집힐 듯 한 고통에 금방이라도 나올것처럼 불안한 그 느낌이다.

 

하지만 그 잠시의 고통을 참아내면 폭풍뒤의 고요함이 찾아온다.

 

 

이대로 얼마동안 버틸수 있을꺼 같아서 택시를 타고 집에 가려 했으나 당시 성당에서 착하고 맘씨좋은 아줌마들이 교우들에게 직접 담근 김치를 나눠 주셨다. 아무리 급해도 그 김치는 꼭 받아가고 싶은 마음에 줄을 섰다.

 

 

 

 

  

그런데 그때!!!!!!!!!!!!!

   

2차 고통이 찾아왔다. 조금 더 나은 화장실을 찾기 위해 사람들에게 이리저리 자문을 구하고 다녔으나 마땅한 화장실은 없는듯 보였다. 찾으러 나오다 보니 너무 멀리 와버렸다. 아까 그 화장실까지 돌아가기엔 시간이 촉박하다는 것을 느꼈다. 거칠게 몰아닥친 고통에  식은땀이 흐르고 머리 속이 하얀 색으로 물들며 온갖 생각들이 떠오른다.

 

  이 고통을 참아내지 못한다면, 내 북경 유학은 이것으로 끝이다.’ 

 

  

한국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모여 있는 곳에서 실수는 나를 주님곁으로 빨리 이르게 하는 지름길이라 여기고 나는 최선을 다해 그 화장실 같지도 않은 화장실로 달렸다. (말은 달렸다고 표현했지만, 정확한 폼으로 뛴 것은 아니었을꺼다)

 

 

가까스로 화장실문을 박차고 들어와 아무것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지를 벗어제끼고~

 

  

...

  

그래. 급할땐 이런데라도 있는게 어디냐구! 잘만 나오는구만. ~ 시원하다. 라며 혼자 위안을 하고 있는데..

  

아뿔싸!!!!!!!!

  

누군가가 문을 열고 들어오려 하는거다.

 

급하게 들어오느라고 남자 화장실인지 여자 화장실인지 구분을 안하고 들어왔네.. ㅠㅠ

 

여자가 들어오면 난 거의 변태 취급 받고 말꺼다. 공안국에 잡혀가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늘 성당와서 기도를 열심히 한 덕분인지 다행히 중국 남자가 들어오는 것이다.

 

  

...

  

그 남자는 옆에서 아무 말 없이 오줌을 누었다. 무표정하게 나를 흘끗 쳐다 보기는 했지만 아무렴 어떻냐.. 모르는 중국 사람이 쳐다 보는거쯤이야.. 이런 화장실을 만든것도 다 중국인이니 나 같은 외국인은 피해자라고.. -_- 라며 또다시 혼자 마음의 위안을 삼았다.

 

 

  

그런데 또다시!!!!!!

  

이 중국놈이 문 밖으로 나가는데 화장실 문을 열어 놓고 나간거다!!!   화장실 앞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길거리!!!  누가 지나가기라도 하면 내가 똥누는 모습을 보게 된다!!!

 

다급해진 나는 욕을 하기 시작했다.

 

  

!! 이 씨발라마!! 문 닫고 나가!! 저런~ 십장생을 봤나!! ” (급한김에 한국말로)

 

  

나는 울먹 울먹 혼자 소리를 지르며 바지를 제대로 츄스리지도 못한채 어기적 어기적 문으로 (나름대로 쏜살같이) 걸어가 문을 닫고 재빨리 뒷처리를 하기 시작했다.

 

 

~쉐끼 오늘 제대로 걸렸다.. 시뻘건 얼굴로 씩씩 거리며 살인의 충동을 느끼며 뒤를 닦아내는 샹따오군... 그새끼 잡아 죽이고 나도 함께 주님 곁으로 가겠노라 기도를 마치고 밖으로 뛰어 나갔지만, 녀석은 보이지 않았다.

 

 

지금 그자식의 얼굴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때 생각만 하면 분노를 숨기지 못한다. 나 엿먹이려고 일부러 문열어 놓고 나간거라고 밖에 생각할 수가 없다.

 

 

그날부터 난 성당을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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